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저쪽 의자에 앉아 있는 어르신 한 분께서 두 발로 종이컵을 하나 밟고 계셨다.
그 종이컵을 버리려고 하시는데, 버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으신지, 아니면 손으로 그걸 잡기가 좀 그래서 나무젓가락인가(?)로 만지작만지작하시는 것도 같았다.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이느라 그 뒤는 못 봤다.
잠시 후,
같은 그분께서 이제는 가방에서 랩을 크게 한 바닥 꺼내시더니
그걸로 바짓단 아래쪽에 붙였다 떼었다 하신다.
지하철 역사에서 보기 흔한 평범한 장면은 아니다.
한두 가지 일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좀 과한 인지 오류이지만..
혹시나 강박장애를 갖고 계신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을 보고 든 생각으로,
아마도 연세가 지긋하신 많은 어르신께는
정신장애랄지 이상심리가 매우 낯선 단어일 거다.
아주 오래 전에는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이 덜 되었을 테니
그 다음에 여유가 있어야 생각할 수 있는 정신과 마음의 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이 적었을 것이고.
정신과에 다닌다.
우울증 때문에 약을 먹는다.
조현병이 있어서 치료를 받는다..
이런 이야기들이 자연스러워진 것도(아직 널리 자연스러워진 것도 아니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일도 아니다.
비교적 최근일 거다.
무릇 '배운 자'라 함은, 알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알려주는 사람일 게다.
많이 알고 있는데 혼자서만 알고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보이기 때문에 말을 해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배운 자'가 아닐까.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사람.
잘못된 행동을 보면 이야기 해 주는 사람. (좋은 예로 악플 혹은 혐오 발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행동하는 사람.
정말 정말 정말, 어려운 얘기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내가 그렇게 하는 편인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한 명 한 명 '배운 자'가 되고 (지식이 아니라 상식)
그 배운 자들이 필요할 때 한 목소리씩 내고,
그게 쌓이면 몇 해 뒤에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좋아져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