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10, 5, 1
20년 전에.
내가 이 나이가 되어 있으리라곤 상상을 못 했다.
그때는 정말 시간이 엄청나게 많았고, 남았고, 매일이 지루했고, 시간이 멈춰 있는 듯했다.
10년 전에.
내가 이 나이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마음은 알지 못했다.
시간이 점차 빠르게 흘러간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지만, 여전히 나는 심하게 젊다.. 라고 생각했다.
5년 전에.
흘러가는 시간에 조금씩 가속이 붙는 걸 느꼈다.
조금씩 예전과 달라졌다, 몸도 마음도.
작년에.
이제 가속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길가 의자에 하릴없이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이 허투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주 먼 미래가 아닌 곧 나에게 닥칠 것 같은 일처럼도 보일 때가 생겼다.
(물론 머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오늘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흘러가면 어제는 아름다웠다고 누구나 추억한다는 것과
지금 우리 눈에는 잘 안 보이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어마어마한 나이 든 분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걸 몸과 머리도 동시에 느꼈다.
그 순간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많은 글귀가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와 같은.
어떤 글귀들은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마음에 스쳐 지나가야 알게 된다.
그 글귀가 진정 어떤 뜻이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