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술품 전시회장에 다녀왔다.
아주 오래전 작품들이기에, 화폭은 바래 있었고,
그리 크지 않은 작품들이었길래 가까이에서 관찰하지 않으면 그림의 세부 묘사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주요 작품들을 감상하고, 해설을 듣고..
다시 처음부터 죽 작품들을 돌아보는데,
전시회장의 절반은 작품들로, 나머지 부분은 스크린으로 채워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큰 스크린 (동영상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중간 크기의 스크린 (작품이 재현된).
작은 스크린.
진품인 작품은 색감이 희미했고 바랜 느낌이어서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스크린에 있는 작품은 화려했고 보기 좋아서 눈에 확 들어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을 더듬어 보니
진짜 작품보다 스크린에 있었던 것들이 더 잘 떠올랐다.
처음 든 생각은, 스크린에 압도된 진품.. 이었는데,
조금 후에는, 스크린에 진품이 압도된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내 주의가 진품보다 스크린에 더 많이 쏠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린의 힘이 강력하기도 하고
내가 스크린에 더 시선을 기울인 터라
그것들이 더 잘 기억에 남고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것.
눈에 잘 들어오는 것은 (혹은 내 주의를 잡아끄는 일이라면) 잘 기억이 될 테니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중요하지만) 눈에 잘 안 들어오는 것이 있다면, 그 순간 더 노력해야 한다.
압도하는 색과 소리보다 더 내 머리속에 오래 담아 두기 위해서.